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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부족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ysbondsun 2025. 8. 17. 13:38

작지만 큰 문제, 동전 부족의 경제적 파급력

동전은 점차 사용 빈도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경제의 말단에서 소액 거래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무현금 결제가 일반화되었지만, 전통시장, 노점상, 편의점, 교통 요금 체계, 자판기 운영 등에서는 동전이 없이는 일상 거래가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동전이 부족해지는 동전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는 단순히 “거스름돈이 부족하다”라는 문제를 넘어서, 소비 심리 위축, 가격 왜곡, 소상공인의 부담, 금융기관의 물류비 상승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낳습니다. 나아가 화폐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도 균열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에서는 동전 유통망이 일시적으로 붕괴되면서 상점들이 거스름돈을 제공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고, 한국에서도 회수율 저하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동전 부족 사태는 작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경제 문제입니다.

 

동전 부족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동전 부족 사태의 주요 원인 

현금 사용 감소와 회수율 저하

현대 사회에서는 신용카드, 체크카드, 모바일페이, 간편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 특히 동전 사용이 줄어들었습니다. 문제는 동전이 쓰이지 않을 때 생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전을 은행에 반납하거나 다시 시장에 내보내지 않고 집 안 서랍이나 저금통에 장기간 보관하기 때문에 시중 유통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행은 매년 “동전 교환 행사”를 열어 민간에 쌓여 있는 동전을 회수하려 하지만, 회수율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 특정 시기에는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 동전이 돌지 못하고,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경기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

경기가 위축되면 소액 현금 결제를 주로 사용하는 업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예를 들어, 전통시장 상인, 노점상, 소규모 음식점, 자판기 업종은 경기 불황기일수록 매출이 줄고, 그 결과 동전 유통도 줄어듭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많은 소매점이 문을 닫으면서 동전 자체가 시장에서 순환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동전은 “만들어져도 돌지 못하는 화폐”가 되어 유통 부족이 발생했습니다.

화폐 제조 단가 상승

동전은 구리, 니켈, 아연, 철과 같은 국제 원자재로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 발생합니다. 동전을 만드는 비용이 액면가보다 비싸지는 순간, 중앙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동전을 발행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십 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십오 원이 든다면, 국가는 오히려 발행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경우 중앙은행은 발행량을 줄이게 되고, 이는 곧 동전 부족 사태로 직결됩니다.

 

동전 부족 사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거래 불편과 소비 위축

동전 부족은 소비자 일상에 직접적인 불편을 초래합니다.
예컨대 시장에서 2천9백 원짜리 물건을 샀는데 판매자가 잔돈 백 원을 거슬러줄 수 없다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삼천 원을 지불하거나 아예 구매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편은 결국 현금 결제 자체를 꺼리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격 왜곡과 생활 물가 상승

동전 부족은 가격 체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상인들은 잔돈을 주기 어려우니 가격을 동전 단위가 아닌 지폐 단위로 책정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결국 소비자는 이전보다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사게 되고, 체감 물가 상승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공식적인 인플레이션 지표에는 잡히지 않지만, 서민이 느끼는 생활 물가 압력으로 이어집니다.

금융 포용성 악화

특히 고령층, 청소년, 저소득층 등은 여전히 현금 사용 비중이 높습니다.
동전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 이들은 결제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디지털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운 계층일수록 불편은 더 커집니다.
결국 동전 부족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동전 부족 사태가 기업과 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소매업과 자판기 산업의 매출 타격

편의점, 전통시장, 소규모 음식점, 자판기 운영업체 등은 동전 부족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습니다.
특히 자판기 산업은 동전 없이는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는 동전 부족 시기에 자판기 매출이 수십 퍼센트 줄었다는 통계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직결됩니다.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의 부담

동전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추가 발행이나 긴급 회수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이는 조폐 비용 상승, 물류비용 증가, 인력 배치 확대 등으로 이어집니다.
금융기관도 고객이 요청하는 소액 현금을 충족시키기 위해 별도의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즉, 동전 부족은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모두에 부담을 안기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경제 신뢰도 저하

화폐는 단순한 거래 수단이 아니라 국가 신뢰의 상징입니다.
동전이 부족해 국민이 불편을 겪는 상황은, 국가의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화될 경우 화폐 체계 전반의 신뢰도가 약화되며, 이는 통화 정책의 효과성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국제적 사례의 교훈 

미국의 2020년 동전 부족 사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에서는 의외의 문제가 터졌습니다. 바로 전국적인 동전 부족 사태였습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카드 결제가 널리 퍼져 있지만, 여전히 현금 결제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이 많습니다. 특히 소매점, 세탁소, 자동판매기, 자판기형 주차장 등은 여전히 동전 의존도가 높습니다.

 

문제는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은행 창구 영업이 제한되면서 동전이 시중에서 회수되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동전 회수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40퍼센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중에서 유통돼야 할 동전이 가정과 사무실 서랍 속에 갇혀버린 셈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월마트, 크로거와 같은 대형 소매점에서는 “거스름돈을 줄 수 없다”는 안내문을 걸어놓거나, 고객에게 잔돈을 매장 포인트로 지급하는 임시방편을 도입했습니다. 일부 지역 은행은 동전 확보를 위해 고객들에게 동전을 가져오면 현금으로 바꿔주되, 소정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캠페인까지 벌였습니다.

 

당시 미국 조폐국은 긴급히 동전 생산량을 평년보다 늘려 대응했으며, 연방준비제도는 전국적인 동전 유통 태스크포스를 꾸려 은행과 소매업체 간 동전 배분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편은 상당 기간 이어졌고, 동전 부족이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인도의 고액권 폐지와 동전 수요 폭발 (2016년)

2016년 인도 정부는 갑작스럽게 500루피와 1000루피 고액권 지폐의 효력을 전격 폐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부패와 위조지폐 문제를 근절하겠다는 목적이었지만, 이 조치는 국민 경제에 큰 혼란을 불러왔습니다.

 

고액권이 사라진 직후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소액 지폐와 동전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인도 조폐국이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도심뿐만 아니라 농촌 지역까지 동전이 빠르게 고갈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동전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습니다. 심지어 소액 동전이 프리미엄을 붙여 암암리에 거래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예컨대, 10루피 동전이 12루피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타났고, 소매상들은 동전이 없어서 거래를 거부하거나 가격을 올려서 받는 등 시장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화폐 정책이 충분한 준비 없이 단행될 경우 동전 같은 소액 화폐가 경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유럽과 일본의 소액 동전 문제

유럽에서는 유로화 도입 이후 1센트와 2센트 동전의 존재가 지속적으로 논란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평균 1.5센트에서 2센트가 소요되어, 제조 단가가 액면가보다 높은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핀란드,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일부 국가는 일찍이 1센트와 2센트 동전 발행을 중단하고, 현금 거래 시 금액을 5센트 단위로 반올림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처음에는 혼란을 겪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동전 사용이 줄어들어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일본의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일본은 소비세가 인상될 때마다 소액 단위 결제가 늘어나면서 1엔짜리 동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1989년 소비세 3퍼센트가 도입됐을 때, 일본 조폐국은 기존 생산량의 세 배에 달하는 1엔짜리 동전을 긴급히 증산해야 했습니다. 2014년 소비세가 8퍼센트로 올라간 시기에도 마찬가지로 수요가 급증했고, 일부 편의점과 소매점에서는 동전 확보가 안 되어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는 세금 정책 변화가 동전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교훈

이들 사례는 공통적으로 동전 부족 사태가 단순히 소액 결제 불편을 넘어서 경제 신뢰, 소비 행태, 정책 효과까지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미국 사례는 유통망이 멈추면 동전이 부족해진다는 점을,
  • 인도 사례는 화폐 정책이 동전 수급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 유럽과 일본 사례는 제조 단가와 정책 변화가 동전 사용을 결정한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동전 부족은 경제 신뢰의 척도다

동전은 단순히 작은 결제 수단이 아니라, 경제의 체감 온도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동전 부족 사태는 소비자 불편, 가격 왜곡, 기업 매출 감소, 금융 포용성 악화, 중앙은행 부담 증가, 국가 신뢰도 저하라는 연쇄 효과를 일으킵니다.

 

앞으로 디지털 화폐와 간편 결제가 확산되더라도, 현금 결제 기반에 의존하는 계층과 산업군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동전 부족 문제는 단순히 과거형 이슈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도 대비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동전 회수율 제고, 발행 단가 관리, 디지털 전환 정책과의 균형을 통해 이 문제를 관리해야 하며, 국민 역시 화폐 사용의 사회적 의미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동전 부족 사태는 작은 불편이 아니라, 국가 경제 운영의 신뢰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